공중전은 머리아파


한때 에이스컴뱃을 참 좋아했다. PS2의 패드를 들고 열심히 창공을 누비다가 문득 ' 와 이거 온라인으로 만들면 진짜 재미있을텐데 !! ' 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찌어찌하여 기회가 닿아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게 되었다. 여차저차해서 뚝딱뚝딱 만들어 본 프로토타입은 대실패 !!

재미없는건 둘째치고 게임 자체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정신줄을 놓을 지경이었다. 왜 그런건지 한동안 고민했었는데 결론은, 사람이라는게 좌우로 시선을 이동해야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반응하지만, 상하로 시선을 이동해야하면 이걸 좀 곤혹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는거였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물론 3D 이긴한데, 대부분의 ' 중요한 일들 ' 은 우리의 좌우에서 벌어지기 마련이다. 저 하늘 어딘가에서 우리가 ' 일상적으로 신경써야하는 ' 일들이 흔하게 벌어지지는 않는다. 비가 오고 눈이 올 때조차 우리는 하늘을 올려다보기보다는 수평시야내에 들어오는 눈발 또는 빗줄기를 보고 그걸 판단하니까. 즉 인체 자체가 좌우 시선이동은 좀 급격해도 얼추 따라가고 대체로 무난하게 소화하는데 비해서, 상하 시선이동에 대해서는 반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안그래도 실제 안구에 비해 좁은 시야각을 FOV니 뭐니해서 어케든 커버해보려하는 가운데 상하 시선이동까지 격하게 해야한다면 이거 참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좌우의 시야 밖에 있는 물체를 따라잡는건 그럭저럭 할만한 일인데, 상하의 시야 밖에서 뭔가 중요한 일이 벌어지면 이때부턴 문제가 되기 시작하는거다.

일단 스탠드얼론 형식의 게임인 에이스컴뱃 자체는 어차피 NPC들의 움직임이 사전에 프로그램된 대로이고, 이 프로그램에서 상하이동을 적절히 제한해주면 그것으로 족하다. 즉 얘들이 플레이어를 공격할 때는 적당히 수평시야내에서 움직이도록 해주면 된다. 물론 아예 상하이동을 없애버리면 티가 너무 많이 나니까 -_- 그렇게는 못하지만. 근데 이걸 PVP 형식으로 하면? ( 아 물론 앞서 언급한 프로토는 PVP 밖에 없었다. 그 복잡한 비행기 조종 스크립트를 언제 다 짜 -_- ) 골치아프다.

그래서. 공중전이라는게 그렇게 쉽게쉽게 맘먹고 휘리릭 만들어버리면 별로 좋지 않구나 ... 라는 .. 뭐 그런 얘기임.

by Eppta | 2008/12/29 18:45 | 잡담질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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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ampLine at 2008/12/30 11:06
원래 팰컨 3.0으로 비행시뮬레이션을 하다가 에이스컴뱃을 잡았을 때, 왠지 모르겠지만 "적이 참 조잡하게 움직이는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이유가 상하이동 제한에 있었던 모양이군요. 좋은 것 하나 배웠습니다.
Commented by Eppta at 2008/12/31 02:29
조잡한 이유는 사실 npc 들의 스크립트의 질에도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에이스컴뱃의 npc 움직임에서 상하이동보다는 좌우이동을 좀더 많이 사용하도록 되어있는건 맞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하이얼레인 at 2009/01/04 18:32
그냥 지나가다 잠깐 생각난 건데 님한테 잠수함 시뮬레이션 게임을 시켜보면 참으로 재미있는 반응이 나올 것 같단 생각이 들었심 ㅋㅋㅋ
Commented by Eppta at 2009/01/04 20:04
그리고보니 잠수함 게임은 2D로 된거 말곤 해본 적이 없네 ...
Commented by 글강 at 2009/01/04 20:55
잠수함 시뮬이라면 조작 요소라 할만한 부분이 거의 없어져 버리자늠 -ㅅ-
최소한 내가 알고 있는 잠수함 시뮬들은 다들 밀덕밀덕하던데 (...)
Commented by 하이얼레인 at 2009/01/04 21:11
잠수함게임은 상하고 좌우고 거의 모든 시각 계통 시그널을 다 차단한 채로, 숫자와 그래프만 제시합지요. 메탈 기어 솔리드로 치자면 메인 게임화면을 가려놓고 레이더만 제시하는 꼴이랄까요 ㅋㅋㅋ

그리고 엥간한 잠수함 게임들은 필요할 경우 롤/피치/요/속도 전부 필요시엔 수동으로 조작 가능해요=) (...써먹은 적은 거의 없지만 ㅋㅋ)

최근 Janes 688i 매뉴얼이랑 추가 전술 자료들을 읽고 있는데 재밌다능 그렇다능 ㅋㅋ
Commented by Eppta at 2009/01/04 22:17
총체적 덕후게임이구만. 내가 안해본게 당연 ... -_-
Commented by 글강 at 2009/01/04 23:34
ㅇㅇ 총체적 밀덕밀덕 (...)
물론 저도 해보지는 않았슴미다 ㄳ
Commented by 하이얼레인 at 2009/01/05 04:19
...아니 나는 게임의 시각적 요소와 게임 시스템의 간극이 극단적으로 벌어져 있는 샘플을 들고 싶었던 거지 밀덕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게 아니라능!!!(웃음) '야이 극렬 시스템 원리주의자야!!!'란 이야기는 충분히 수긍 가능하고 납득 가능하며 동의할 수 있지만 밀덕으로 몰고 가는 건 쵸큼 억울하다능!!!(ㅋㅋㅋㅋㅋ)

그리고 다른 사람은 모르겠으되 국내에서 초 극악 마이너 계통이라고 볼 수 있는 SF오덕인 (삐이-)님하와 0083/08소대발 밀리터리계열 건담우호자이신 글강님하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Eppta at 2009/01/05 11:24
" 게임의 시각적 요소와 게임 시스템의 간극이 극단적으로 벌어져 있는 " 게임이라니 덕후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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