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27일
게임 비평 - 어려울 수도 있지 뭐
게임 비평 공모전인가 하는게 마감된 모양이다. 시간도 되겠다 저거나 해봐야지~ 라고 마음먹은 후, 아직도 날짜가 많이 남았군~ 하고 생각한게 엊그제 ... 는 분명히 아닌거 같고 ;; 아무튼 얼마 안된거 같은데 이미 마감이 된 데다가 심사까지 끝났다니 -_- 젠장. 근데 이 공모전을 두고 말들이 좀 도는 모양인듯. 일단 내용은 공개가 안됐는데, 학자연하는 제목들이 맘에 안드는 사람이 여럿 있는 모양이다. ㅋㅋ
사실 나도 있는 척, 아는 척 하는거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 모이라고 하면 언제나 등수에 들 자신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뭐랄까 ... 공부를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깊이가 필요할 때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예컨데 양자 물리학을 초딩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달라고하면 누가 와도 고개를 내저을 거라고 확신한다.
어떤 분야에 있어서 쌓인게 많으면 많을수록, 이후에 이를 논하는 사람들은 앞 사람들이 쌓아놓은 것들을 토대로하여 이를 딛고 올라가기 마련이다. 선배들이 이런저런 것들을 쌓아올려 야트막하지만 탄탄한 계단을 만들어놓았다면, 그 이후에 이 작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선배들이 쌓아놓은 단에서 다음 단을 만들어나가는게 정상. 매번 처음부터 시작해서야 언제 위로 올라 갈 수 있을까? 글이라는게 쓸데없이 어려울 필요가 전혀 없다는데에는 완전히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쉽게쉽게만 강조하다간 언제나 제자리걸음만 하기 마련이다. 내가 RPG를 얘기하면서 매번 테이블에서 종이쪽이랑 펜대 굴리면서 하는 RPG부터 설명을 시작해야만한다면 얼마나 짜증나겠어?
반대로 게임에 대한 비평이든 논문이든 이게 너무 어렵다고 불평하는 바로 그 사람이 써놓은 글을 게임에 문외한인 사람이 읽으면 얼마나 이해하기 쉬울지도 궁금하다. 글을 쓸 때 쉽다 어렵다의 기준을 잡는건 그 자체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내용 전달이 명료하게 된다면 그걸로 족하고,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어떤 선이 있다. 앞서도 말한 양자 물리학에 대한 내용을 뉴튼 역할을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하라는거야 ?!?!
다시 말하지만 글이건 뭐건 억지로, 있어 보이려고 어려운 단어나 개념을 마구잡이로 처덕처덕 발라놓고 그걸 보며 올해도 논문하나 썼네, 난 학자네~ 하고 연구비 타먹고 슬렁슬렁 넘어가는거 누구보다 내가 보기에 굉장히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어려운 글 = 나쁜 글 이라는 선입견도 버려야하지 않나 싶다. 아마도 이런 섯부른 판단을 저지르는 가장 큰 이유는
< 게임은 내가 전문가야. 근데 내가 보기에 어려우면 누가 봐도 어려워 >
라는 어줍잖은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누가 전문가고 누가 비전문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해도 결정적인건 인문학이라는 학문을 연구하는 방법과 기법에 대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구분이 되어야 한다는거다. 자기가 싫어하는 수식과 공식이 안나온다고 이런 쪽의 학문은 아주 우습고 가볍게 보는 사람이 있는데, 어떤 학문이든 나름대로의 방법론과 기법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걸 알아보지조차 못하는 알량한 깜냥으로 ' 내가 알아들을 수 없으므로 나쁜거임 ㅋ ' 하는건 그야말로 무식을 무기로 삼는 짓이지. 무식은 그 자체로 죄는 아니다. 근데 무식을 무기로 삼으면 그건 ... 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꼴불견인건 분명하다.
한가지 더. 오래전에 열심히 떠들다가 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기에 요 몇년간은 입밖에 내지 않고 있던 생각이 있는데, < 게임 개발 > 과 < 게임을 연구하는 것 > 은 엄연히 다른 일이다. 우리나라의 몇몇 대학 또는 학원에서 " 게임을 가르칩니다 " 라고 말할 때의 게임이라는건 엄밀히 말하면 게임 개발을 의미한다. 즉 게임을 만드는 법을 가르친다는 얘기인거지. 내가 알기로 게임 자체를 주제로 이를 학문적으로 엄정하게 연구하고 공부하는 코스는 극히 드문걸로 안다. 게임 개발에 대해 뭘 좀 배웠다고해서 자신이 게임 마저도 깊이있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거 자체가 착각일 확률이 아주 높다는거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연출부로 담배 심부름 좀 했다고해서 그 사람을 영화학의 전문가로 생각해주긴 어렵지 않겠어? 물론 그런 사례가 없진 않지만, 적어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건 아닌게 분명하다. 지금 이 말이 맞다면, 연출부 막내가 고매하신 영화 비평가님의 비평을 뒤적거리면서 ' 이건 너무 어려우므로 무효 !! ' 라고 외치는건 별로 설득력 있는 그림은 아닐터다.
뭐 게임 비평 공모전 당선작들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나도 그닥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눈길을 보내고 있는게 사실이긴 하지만서도. ㅋㅋ
# by | 2008/12/27 05:12 | 잡담질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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