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7일
리치킹 간략 소감 (추가)
1. 인구분산 구조
인구분산이 왜 중요하냐면, 한 장소에 지나치게 많은 캐릭터가 몰리면 기술적으로 심각한 부하가 생기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대도시 ( 그 중에서도 양 진영의 캐릭터들이 모두 모이는 샤트라스나 달라란 등 ) 는 그래서 캐릭터들이 이동은 할 수 있지만 전투는 불가능하게 만들어둔거고.
아무튼 그래서 인구분산이 중요하긴한데, 이게 녹록치 않은 일이다. 게임의 흐름에 따라 중요하거나 요긴한 지점에 인구가 몰리는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이전까지 던전에만 적용되던 인스턴스 공간을 필드에서도 구현한 것이 인구분산을 위한 방법이 아니겠냐하던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엄밀히 말해서 이건 네러티브와 공간의 씽크를 맞추려는 기술적 수단에 불과하다. 이 npc를 분명 내가 구해줬는데 담에 가면 또 잡혀있더라 ... 하는 뭐 이런, 언뜻 보기에 이상한, 게임 내에서의 게임적 관용 ( 시적 관용은 있는데 게임적 관용은 ;; ) 인게지. 근데 리치킹의 분노에선 이런 관용을 용납하기 싫은가보더라. 얼핏 보기엔 이게 인구분산에 효율적인 방법인 것 같지만 실제로 그런 용도로 쓰이는 곳은 얼마 안되고, 대부분이 네러티브와 공간의 씽크를 맞추기 위해 쓰이는 듯.
아무튼. 리치킹에서 돋보이는 인구분산 방법은 그래서 기술적이기보다 디자인적이다. 필드에서의 렙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퀘스트 거점이다. 퀘스트를 받고, 수행하고, 보고하는 세 가지의 과정 중 받는 과정과 보고하는 과정은 겹칠 수 밖에 없고, 당연히 사람이 몰린다. 수행하는 과정에 해당하는 공간은 상대적으로 넓다. 퀘스트를 받고 보고하는 장소는 마을이고, 수행하는 장소는 필드. 당연히 필드가 마을보다 넓어야지 -_-
리치킹에선 그래서 퀘스트 거점을 세분화하여 분산시켰다. 오리지널에선 이런 디자인 측면에서의 배려가 제로였다. 대부분의 경우 필드 상에 각 진영 별로 1개씩의 마을이 있고, 이 마을에서 퀘스트를 받고 보고하는 과정이 모두 이루어졌다. 불타는 성전에서는 이런 상태가 좀더 양호해졌다. 지옥불 반도에 처음 도착한 얼라이언스는 2 개의 퀘스트를 받는데, 각각의 퀘스트는 실제로 수행을 요구하기보다는 '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라 ' 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퀘스트에 따라 이동한 새로운 지점이 실질적인 퀘스트 거점이다. 그럼 여기에서 모든 퀘스트를 받고 보고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이리저리 빙빙 돌려가면서 수시로 새로운 퀘스트 거점을 찾게 만든다. 대충 하나의 거점에서 5-6개 정도의 퀘스트를 수행하고나면 다른 퀘스트 거점으로 이동한다고 보면 된다.
앞서 말했듯 오리지널 와우에서 각 필드에 퀘스트 거점은 진영 별로 한 군데뿐이었다. 근데 불타는 성전에서는 이게 4-5개정도로 늘어났다. 리치킹에선 더하다. 퀘스트 거점을 훨씬 더 세분화함과 더불어 연속 퀘스트 개념으로 만들어서, 반드시 선행 퀘스트를 완료해야만 다음 퀘스트를 받을 수 있게 해놨다. 퀘스트 거점을 한바퀴 돌면서 퀘스트를 싹 쓸어담아 한큐에 해결하는 방식을 탈피해서 인구를 효율적으로 분산하고 있다.
2. 다양해진 퀘스트
오리지널 시절 퀘스트는 아무리 멋들어진 스토리와 연계되어 있다해도 결국 ' 해야 할 일이 무언가 ' 에 이르러서는 네 가지 뿐이었다. 배달, 호위, 처치, 수집. 배달은 이 npc로 부터 물건을 받아서 저 npc에게 갖다주는거다. 심플하게 이동만 하면 그만인 퀘스트. 호위는 호위 대상이 되는 npc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며 이 npc가 죽지 않게 보호하는 것. 처치는 정해진 숫자만큼의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 수집은 특정한 몬스터들이 랜덤하게 드랍하는 아이템을 일정 갯수만큼 모아오는거. 앞서도 말했듯 스토리가 아무리 그럴싸하고 멋져도 결국 이 네 가지로 압축되었다. 사실 지금까지도, 와우가 아닌 대부분의 다른 게임에서 퀘스트란 이 네 가지를 크게 벗어나는 것 같지 않다.
불타는 성전에서는 몇몇 색다른 방식의 퀘스트들이 도입되었다. 주어진 아이템을 몹의 시체에 사용하여 새로운 아이템을 얻어 오는 식이라던가, 새를 타고 날아가면서 지상을 향해 폭격을 한다던가. 뭐 이런거. 근데 이 정도로는 사실 플레이어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의 폭이 그닥 크지 않아서, 뭔가 바뀐 것 같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 정도였다.
리치킹에선 이런게 확 달라졌다. 일단 퀘스트에서 제공하는 탈 것을 타고 수행하는 퀘스트들이 많아졌다. 아울러 퀘스트에서 제공하는 탈 것을 타면, 그걸 탄 상태에서만 사용 가능한 액션들이 굉장히 많다. 예컨데 비룡을 타면 비룡의 브레스를 쓸 수 있게 되는데, 이 브레스로 몹들을 쓸어담으라는 내용. 이걸 전체적으로 복잡하게 응용하면서 재미있는 퀘스트들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 탈 것이 아니라 고정된 사물로 만들어버리면서 고정포대에서 적에게 대포를 쏘는 퀘스트가 있는가하면, 비룡을 타고다니면서 불지르는 식은 흔한 일이 되었다. 지상 탈 것을 타고다니면서 특정한 몹에게 어떤 기술을 사용하면 해당하는 몹이 변화를 일으키면서 내 펫이 되어 펫을 또 조작한다거나 ... 등등등. 더불어 PVP에도 이런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겨울 손아귀 호수나 고대 해안 전장의 경우 개인기만큼이나 탈 것을 사용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책은 무엇을 ' 읽을 ' 것인가의 문제다. 음악은 무엇을 ' 들을 ' 것인가의 문제다. 영화는 무엇을 ' 볼 ' 것인가의 문제다. 그렇다면 게임은 무엇을 ' 할 '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리고 단조로운 패턴의 게임은 아무리 복잡한 볼 것, 읽을 것, 들을 것과 조합해도 그 근본인 무엇을 ' 할 ' 것인가가 다양화하지 않는 이상 여전히 단조로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측면에서 와우의 확팩이 밟아온 궤적 - 퀘스트 수행 방식의 다양화 - 은 꽤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다른 mmorpg라면 몰라도 적어도 와우에서 ' 어차피 퀘스트래봐야 배달, 호위, 처치, 수집이잖아 ' 라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3. 위치 이동기
정기 주술사, 화염 법사의 경우 적을 넉백시키는 기능이 있다. ( 아마 다른 클래스들도 생겼을 것 같은데 다는 모르겠다. ) 반대로 죽음의 기사의 경우 원거리에 있는 적을 가까운 곳으로 끌고오는 스킬이 생겼다. 이전까지 PVP가 가능한 상황하에서 캐릭터의 위치를 임의로 이동시킬 수 있는 스킬을 넣는건 일종의 ... mmorpg 계에서의 금기였다. 이유를 굳이 말하자면 기술적인 요인 때문이랄까.
와우에선 확팩과 더불어 이런 스킬들이 요소요소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전까지의 PVP에서 위치에 관계된 팩터는 이동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뿐이었다면, 이제는 여기에 밀쳐낼 것인가 땡겨올 것인가의 팩터도 생겨난 셈. 실제로 사정거리라던가 방향의 문제가 꽤 중요한 요소인 와우의 PVP에서 이런 부분들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쉽게도 아직 본격적인 PVP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여기에 적어놓는건 아직 좀 무리.
하지만 아라시 분지 제재소에서 멀뚱하니 깃발 지키고 있을 때 나를 기습하는 놈을 절벽 아래로 튕겨내는 재미만은 짭짤하더라 ㅋㅋ 안타깝게도 이제 막 확팩 직후인지라 전장이 아직 많이 열리진 않지만, 조만간 투기장 새 시즌이 시작되는대로 예전과 같은 활황세를 보이겠지.
4. 수직적 레벨 디자인
불타는 성전에서는 지형의 배치가 전체적으로 평탄한 구조였다. 나는 탈 것을 최초로 선보이고 있음에도 말이지. 높이 관계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할까. 나그란드의 중심부 ( 할라아의 주변부 ) 와 주변부의 지형차가 과격하긴 하지만 이것도 실제로는 할라아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레벨 디자인이라고 봐야하고. ( 할라아를 점령하고 있는 진영은 나그란드 이동시 동선이 한결 짧아진다. )
리치킹에서는 수직적인 레벨 디자인이 돋보인다. 기본적으로 폭풍우 봉우리와 얼음왕관은 새가 없으면 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 불성에서 어둠달 골짜기나 황천의 폭풍이 새가 없어도 실질적인 이동이나 퀘스트 수행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적이다. 그리고 폭풍우 봉우리&얼음 왕관은, 그냥 새 타고 다녀보면 안다. 압도적인 높이에서 까마득한 아래를 내려다보며 수행해야하는 퀘스트들이 무척이나 많다. 전체적인 풍광 자체가, 위아래를 의식할 수 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불성에 비해 더욱 넓어진 시야거리와 어울려서 이 요소는 엄청난 시각적 박력을 제공하는데, 이게 또 멋들어진단 말이지. 특히나 앞서도 설명한 나는 탈 것을 타고 수행해야하는 퀘스트가 꽤 많기 때문에 이러한 점은 은연 중에 의식되는 것 같다.
# by | 2008/12/17 06:13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트랙백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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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타는 성전은 시스템의 과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던, 기초적인 탈것 활용, 토큰 시스템이 등장하긴 했지만, 이것을 본격적으로 활용했다고 하기엔 점수가 낮았죠. 리치왕의 분노는 이런 불타는 성전이라는 과도기를 통해 확실히 개선되고 재미를 줄 수 있는 색다른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안착시켰다고 봅니다.
2. 리치킹이 나온 지금에서는 불성이 과도기였니 덜 완성된 거였니 말할 수 있지만 불성은 불성 나름대로 완성도 있는 확팩이었습니다. ^^
근데 니마 오늘 놀러온다고 그런거 아니었삼?
그리고, 노스렌드로 인구가 몰리는 상황에서 총 서버 부하량은 감당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엘룬섭은 밤 10시쯤 되면 어김없이 서버렉 걸리고 월드서버 다운 한번씩 해주더군요.;
(문제는 노스렌드 관련 인던서버도 같이 다운된다는거..)
어제 솔룸 타임어택 갔다가 물먹고왔습니다.;
서버 부하량에 대해서는 저도 동감. 이 랙이 리치킹 내내 고질적인게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 그나저나 아돌님 엘룬이셨군요. 저도 오래전엔 엘룬 호드에서 놀았는데 ... 아참 전 어제 타임어택 성공하고 누런비룡 머거씀다. 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캬캭
높은 데 올라서 낮은데를 내려볼때 어지럼증을 느끼고 절벽에서 떨어질 때 추락하는 느낌을 받게 하는 온라인 게임이 흔치 않다는 점에서 훌륭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