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14일
어장관리 이야기의 편리함
당신은 소심하다. 그리고 당신은 연애경험이 별로 없다. 편의상 이런 당신을 남자라고 해보자. 주위에서 이런 남자 찾기는 몹시 쉽다. 흔히들 마법사 또는 마법사 후보라고 불리우는 일군의, 욕망은 넘쳐흐르지만, 능력 또는 용기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불행한 인생들.
그런 당신은 어느날 당신 마음에 꼭 드는 여성을 만났다. 마찬가지로 편의상 당신은 헤테로 타입이라고 해두자. 그리고 당신은 그녀가 당신에게 해주는 모든 일들이 고맙고 감사하다. 그녀는 당신에게 밥을 먹었냐고 물어봐주며, 주말엔 잘 지냈냐고 물어봐주기도 한다. 발렌타인 데이에 그녀가 당신에게 준 초콜렛은, 물론 남들도 다 준거지만, 어딘지 남들 것보다 아주 조금 더 정성이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물론 당신은 그녀가 당신에게 준 초콜렛에 남들보다 더 정성을 쏟았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주말에 심심하냐고 당신이 보낸 문자에 대해 무려 답문 !! 씩이나 !! 해주었다. 이건 명백하게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좋아할 때 보여주는 행동들이 아닌가 말이다 !!
이제 그녀가 당신에게 굉장한 호감을 가지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녀에게 지금 !! 바로 대쉬하지 않으면 그건 바보 짓이면서 동시에 그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따라서 지금, 당신이, 그녀에게 대쉬하는 것은 고로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위해서인 것이다. 그녀가 보여준 그 따스하고 포근한, 그리고 수줍어서 당신에게 직접 좋아한다고 고백하지 못하는 바로 그 마음을 보듬어주기 위해서.
당신은 적극적으로 나가기로 마음먹는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러번의 재고가 있었다. 그녀가 나를 좋아하는게 맞긴 맞는거야? 묻고 또 물었지만 대답은 언제나 한가지. 그렇습니다. 그녀는 당신을 몹시도 좋아합니다. 단지 수줍고 부끄러워서. 여자가 먼저 고백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회 시선이 거북해서 고백하지 못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당신은 드디어 행동에 들어간다. 여유있는 날을 골라 자그마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둘만 남았을 때 그녀에게 고백한다. " 우리 사귈까? "
그리고 그녀는 얼굴을 발그래하게 물들인 채 대답한다.
" 뭐?? "
이어지는 그녀의 대답들을 요약하자면 당신은 그녀에게 좋은 사람이자 괜찮은 친구이지, 결코 이성은 아니라는거다. 그녀는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하며, 자신의 행동에 오해할만한 구석이 있었다면 사과하겠노라 말한다. 그러나 당신에게 그 뒷말들은 이미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녀는, 당신을, 거절한 것이다.
당신은 속으로 몹시도 분개한다. 그동안 그녀가 당신에게 보여주었던 그 무수한 호감의 표시들은 대체 무엇이었단 말이냐? 왜 그녀는 이제와서 오해니 어쩌니하는 말을 한단 말인가? 당신은 굉장히 화가 났지만, 고백을 거절했다고해서 상대에게 화를 내는건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일이다. 스스로의 체면을 심하게 깍아먹을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태연하게, 실망스럽지만 결과를 받아들이겠노라고. 내가 너무 오버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당신도 물론 집으로 돌아온다.
컴퓨터를 켠다.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한다. 자주가는 커뮤니티에 로긴한다. 그리고 성토한다.
" 저 오늘 어장관리에 당핸네혀 ㅜㅜ 이 시발련이 나를 가지고 놀았어 ㅜㅜ "
내가 보기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어장관리 피해사례의 못해도 80%는 이런거 같더란 말이지. 이거 뭐 무서워서 누구 잘해주겠냐? 걍 단순히 고백했다가 채였을 뿐인데 상대를 ' 사람을 가지고 놀길 즐기는 ' 사람으로 몰아가는건, 스스로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쪽팔림을 무마하기 위해 ' 나는 착한 사람인데여, 저 사람은 참 나쁘네혀. 나쁜 사람의 속임수에 말려들어 피해봤어여 ㅜㅜ ' 라고 말하는 거잖아.
바로,
너의,
그런 마음이,
너로 하여금 지금까지 연애도 제대로 못해본 좆찌질이로 남아있게 한 것이다.
이제부턴 저런 병신같은 소리를 하지말고 스스로 뭐가 잘못되었는지, 상대의 의사를 캐치하는 채널에 이상이 있었던건지, 상대에게 나를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여주는 과정에서 실패한건지, 아님 고백의 과정에서 뭔가 상대를 거슬리는 일을 한건 아닌지 반성해보쟈. 그리고 그런 반성을 통해 스스로의 단점을 수정해야, 다음 연애에는 성공할거 아니겠냐.
언제까지 어장관리 피해자인척하며 살텐가 !!
물론 어장관리,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그게 모두 우리의 환상이라고 말하려는건 아니다. 나 역시 많이 당해봤고, 때로는 재미있게 즐기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그걸 빌어서 자신의 연애실패를 모두 그리로 몰고가는건, 스스로의 노력 부족과 어리석음을 '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 !! ' 라고 얼버무리는 것과 다를바가 뭔가? 이게 다 어장관리 탓이다? 그렇다면 너의 뇌용량도 이메가다.
# by | 2008/09/14 13:26 | 잡담질 | 트랙백 | 덧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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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뭐지?'
라는 질문부터 우선 풀어야할듯합니다... 어흑흑...
물론 없습니다. ;;
'니가 날 친구로 생각한다면, 나도 널 친구 이상으로 대해주지 않겠다'라는 자세로 돌입하는거죠.
물론, 이미 저런 상황에서 낚일만한 위인에겐 참 힘든 일이겠지만;
스스로 인식하기 나름이 아닐까 싶네요.
정말 저렇게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연애는 못 할 사람 같은데요?
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단 연애에 있어서 저 '고백' 이벤트를 준비하는 순간 부터 성공확률은 1/10로 팍 떨어진다는 것을 개런티 할 수 있습니다.
연애에 서투르신 분들 제발 '고백' 같은 것은 하지 않으시기를...
주변에서 한번 본 적 있네요..
그때 그 친구 참 당황해 하던데.. 이렇게 된 거 였군요 ㅎㅎ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면 되지 뭔 이런 장문의 글까지 써가면서 타이르고 있어.. ㅎㅎㅎ
그렇게 변명하기에는 이 포스팅이 알이랑군과 너무 심하게 100% 싱크가 된다능...
알이랑군이야 말로 어장관리에 꾸준히 당해주는 하드코어 어장관리 유저라고 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