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관리 이야기의 편리함


당신은 소심하다. 그리고 당신은 연애경험이 별로 없다. 편의상 이런 당신을 남자라고 해보자. 주위에서 이런 남자 찾기는 몹시 쉽다. 흔히들 마법사 또는 마법사 후보라고 불리우는 일군의, 욕망은 넘쳐흐르지만, 능력 또는 용기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불행한 인생들.

그런 당신은 어느날 당신 마음에 꼭 드는 여성을 만났다. 마찬가지로 편의상 당신은 헤테로 타입이라고 해두자. 그리고 당신은 그녀가 당신에게 해주는 모든 일들이 고맙고 감사하다. 그녀는 당신에게 밥을 먹었냐고 물어봐주며, 주말엔 잘 지냈냐고 물어봐주기도 한다. 발렌타인 데이에 그녀가 당신에게 준 초콜렛은, 물론 남들도 다 준거지만, 어딘지 남들 것보다 아주 조금 더 정성이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물론 당신은 그녀가 당신에게 준 초콜렛에 남들보다 더 정성을 쏟았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주말에 심심하냐고 당신이 보낸 문자에 대해 무려 답문 !! 씩이나 !! 해주었다. 이건 명백하게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좋아할 때 보여주는 행동들이 아닌가 말이다 !!

이제 그녀가 당신에게 굉장한 호감을 가지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녀에게 지금 !! 바로 대쉬하지 않으면 그건 바보 짓이면서 동시에 그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따라서 지금, 당신이, 그녀에게 대쉬하는 것은 고로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위해서인 것이다. 그녀가 보여준 그 따스하고 포근한, 그리고 수줍어서 당신에게 직접 좋아한다고 고백하지 못하는 바로 그 마음을 보듬어주기 위해서.

당신은 적극적으로 나가기로 마음먹는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러번의 재고가 있었다. 그녀가 나를 좋아하는게 맞긴 맞는거야? 묻고 또 물었지만 대답은 언제나 한가지. 그렇습니다. 그녀는 당신을 몹시도 좋아합니다. 단지 수줍고 부끄러워서. 여자가 먼저 고백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회 시선이 거북해서 고백하지 못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당신은 드디어 행동에 들어간다. 여유있는 날을 골라 자그마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둘만 남았을 때 그녀에게 고백한다. " 우리 사귈까? "

그리고 그녀는 얼굴을 발그래하게 물들인 채 대답한다.























" 뭐?? "

이어지는 그녀의 대답들을 요약하자면 당신은 그녀에게 좋은 사람이자 괜찮은 친구이지, 결코 이성은 아니라는거다. 그녀는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하며, 자신의 행동에 오해할만한 구석이 있었다면 사과하겠노라 말한다. 그러나 당신에게 그 뒷말들은 이미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녀는, 당신을, 거절한 것이다.

당신은 속으로 몹시도 분개한다. 그동안 그녀가 당신에게 보여주었던 그 무수한 호감의 표시들은 대체 무엇이었단 말이냐? 왜 그녀는 이제와서 오해니 어쩌니하는 말을 한단 말인가? 당신은 굉장히 화가 났지만, 고백을 거절했다고해서 상대에게 화를 내는건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일이다. 스스로의 체면을 심하게 깍아먹을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태연하게, 실망스럽지만 결과를 받아들이겠노라고. 내가 너무 오버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당신도 물론 집으로 돌아온다.

컴퓨터를 켠다.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한다. 자주가는 커뮤니티에 로긴한다. 그리고 성토한다.

" 저 오늘 어장관리에 당핸네혀 ㅜㅜ 이 시발련이 나를 가지고 놀았어 ㅜㅜ " 



























내가 보기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어장관리 피해사례의 못해도 80%는 이런거 같더란 말이지. 이거 뭐 무서워서 누구 잘해주겠냐? 걍 단순히 고백했다가 채였을 뿐인데 상대를 ' 사람을 가지고 놀길 즐기는 ' 사람으로 몰아가는건, 스스로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쪽팔림을 무마하기 위해 ' 나는 착한 사람인데여, 저 사람은 참 나쁘네혀. 나쁜 사람의 속임수에 말려들어 피해봤어여 ㅜㅜ ' 라고 말하는 거잖아.

바로,
너의,
그런 마음이,
너로 하여금 지금까지 연애도 제대로 못해본 좆찌질이로 남아있게 한 것이다.


이제부턴 저런 병신같은 소리를 하지말고 스스로 뭐가 잘못되었는지, 상대의 의사를 캐치하는 채널에 이상이 있었던건지, 상대에게 나를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여주는 과정에서 실패한건지, 아님 고백의 과정에서 뭔가 상대를 거슬리는 일을 한건 아닌지 반성해보쟈. 그리고 그런 반성을 통해 스스로의 단점을 수정해야, 다음 연애에는 성공할거 아니겠냐.

언제까지 어장관리 피해자인척하며 살텐가 !!





물론 어장관리,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그게 모두 우리의 환상이라고 말하려는건 아니다. 나 역시 많이 당해봤고, 때로는 재미있게 즐기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그걸 빌어서 자신의 연애실패를 모두 그리로 몰고가는건, 스스로의 노력 부족과 어리석음을 '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 !! ' 라고 얼버무리는 것과 다를바가 뭔가? 이게 다 어장관리 탓이다? 그렇다면 너의 뇌용량도 이메가다.


by Eppta | 2008/09/14 13:26 | 잡담질 | 트랙백 | 덧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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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바르도나 at 2008/09/14 13:31
제시하신 남자는 전세계 남자들 공통의 수수께끼
'여자는 뭐지?'
라는 질문부터 우선 풀어야할듯합니다... 어흑흑...
Commented by 물빛바람 at 2008/09/17 13:32
이건 아인슈타인도 포기한 문제입니..
Commented by Eppta at 2008/09/21 02:47
그걸 제대로 풀면 인기남 엘리트 코스로 고고싱하는거죠. ㅋ
Commented by 라쿤J at 2008/09/14 13:51
...죽을때까지 못풀거 같은 수수깨끼군요.[...]
Commented by Eppta at 2008/09/21 02:47
풀 수 없다면 즐겨라 !! 라는 격언이 ...

물론 없습니다. ;;
Commented by 들꽃향기 at 2008/09/14 14:35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장관리에 당했어!라고 생각하기 전에, 상대방의 마음을 한번 더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Eppta at 2008/09/21 02:48
대부분 그걸 못하는듯. 그리고 그걸 못해서 연애도 못하는거고.
Commented by 肥熊 at 2008/09/14 15:00
어장관리 어쩌고 하는 말 자체가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말이죠. 스스로를 물고기로 만든거니까....
Commented by Eppta at 2008/09/21 02:48
정확히 제가 하고픈 말을 해주셨네요.
Commented by 미고 at 2008/09/14 18:38
아니, 저 상황에서라면 '아, 그래?'그렇게 말해주고 마음속에서 지우는게 상책이라고 봅니다.
'니가 날 친구로 생각한다면, 나도 널 친구 이상으로 대해주지 않겠다'라는 자세로 돌입하는거죠.

물론, 이미 저런 상황에서 낚일만한 위인에겐 참 힘든 일이겠지만;
Commented by Wind at 2008/09/14 19:45
어장 관리라(...) 글쎄요..
스스로 인식하기 나름이 아닐까 싶네요.
정말 저렇게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연애는 못 할 사람 같은데요?
Commented by Eppta at 2008/09/21 02:48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아서요. 정확하게는, 그렇게 생각한다기보다는, 쪽팔리니까 그런거라고 주장한느 쪽이겠지만.
Commented by Mir젠 at 2008/09/14 21:59
거절한거라면 어장관리라고 하기도 힘들겠네요. 애매모호하게 뒤로 미룬다던지 그런거도 아니고 저건;;
Commented by Eppta at 2008/09/21 02:48
근데 의외로 저런 케이스가 꽤 있더라구요.
Commented by 리엘 at 2008/09/14 22:47
저건 조금 더 명쾌한 경우지만, 실제로는 미묘한 분위기가 흐를 경우도 많아요. 결국 포석작업이 중요한 듯...
Commented by Eppta at 2008/09/21 02:49
그 미묘한 분위기에서 과감하게 용기를 냈다면 그에 대한 책임 - 거절당했을 경우 깔끔하게 물러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는 거죠.
Commented by 미뎌 at 2008/09/14 22:48
어장관리 얘기를 떠나서...

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단 연애에 있어서 저 '고백' 이벤트를 준비하는 순간 부터 성공확률은 1/10로 팍 떨어진다는 것을 개런티 할 수 있습니다.

연애에 서투르신 분들 제발 '고백' 같은 것은 하지 않으시기를...

Commented by 레이나도 at 2008/09/15 03:22
그래서 말인데요. 고백없이 연애하는 법을 아시나요? (....) 아시면 저 좀 가르쳐 주세요.
Commented by 미뎌 at 2008/09/15 10:52
알긴 하지만 와이프가 가끔 웹을 검열하기 때문에 제가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 ㅡ; 하지만 연애의 선수이신 주인장께서 관련 포스팅을 또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Commented by 글강 at 2008/09/16 10:22
문득 생각해보니 전 '고백'이라는걸 해본 적이 한 번도 없군요. 심지어 프로포즈조차 안하고 결혼을 날로 먹었... (얏호)
Commented by sugar at 2008/09/18 10:40
그러고보니 저도...
Commented by Eppta at 2008/09/21 02:49
님들은 모두 올드해서 그런거라능. 신세대는 깔끔하게 사귀자 !! 라고 하고 간다능.
Commented by Eppta at 2008/09/21 02:50
그리고 전 선수가 아니라능 !
Commented by 만월님 at 2008/09/15 01:29
부탁하지 않아도 따라다니면서 간 쓸개 다 빼주시더니 나중에 어장관리라고 하시는 분을
주변에서 한번 본 적 있네요..
그때 그 친구 참 당황해 하던데.. 이렇게 된 거 였군요 ㅎㅎ
Commented by Eppta at 2008/09/21 02:50
씁쓸하지만 그런거죠 ;;
Commented by kuljaz at 2008/09/15 20:00
어장관리 당하는 인간도 아니면서 이런글을 두번이나 쓰는건 주변에 어떤 좃병신이 어장관리 당한다고 찌질대고 있어서 그러는건가? ㅎㅎㅎ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면 되지 뭔 이런 장문의 글까지 써가면서 타이르고 있어.. ㅎㅎㅎ
Commented by Eppta at 2008/09/21 02:50
아는 사람이 그렇다기보다는 어장관리로 몰아붙이는 글을 하도 많이 봐서 이제 지겨워서 말이지.
Commented by 알이랑 at 2008/09/18 10:55
빨간글이 가슴아파요....후
Commented by Eppta at 2008/09/21 02:50
연애를 못해봐서 찌질하다는건 아님 ㅋ
Commented by 미뎌 at 2008/09/24 20:25
엡타 님아

그렇게 변명하기에는 이 포스팅이 알이랑군과 너무 심하게 100% 싱크가 된다능...
알이랑군이야 말로 어장관리에 꾸준히 당해주는 하드코어 어장관리 유저라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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