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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7월 22일
http://www1.thisisgame.com/board/view.php?board=0&page=1&category=203&subcategory=&best=&searchmode=&search=&orderby=&id=179965&gid= 가슴을 후벼파는 어떤 말이 여기 있다. 난 이 말이 하고 싶었어. "고작 이거 하는데 테이블이 왜 필요한거야?" 출제자는 내 답안의 1번, 2번 개념을 각각 테이블로 만들기를 원했을 거야. 1, 2번 나눠 생각하는 개념은 맞아. 그 정도 센스는 있어야지. 하지만 테이블은 아냐. 우리나라 기획자들의 가장 큰 문제가 뭐게? 뭐든 테이블로 처리하려는 고정관념이야. 왜 그런 고정관념이 생겼게? 테이블을 이루는 규칙을 좀더 간단명료한 하나의 공식이나 알고리즘으로 도출해낼 능력이 없거나 그런 공식이나 알고리즘을 줬을 때 프로그래머가 구현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할 능력이 없어서지. 한마디로 공부 좀 더해야 된다는 거다. 다른데서 기획관련 답변할 때 종종 하는 말인데, 프로그래머만 수학 공부하는게 아냐. 시스템 디자이너는 프로그래머 뺨칠만큼 수학에 익숙해야 돼. 시스템 디자이너는 프로그래머 뺨칠만큼 수학에 익숙해야 돼. 라는 말이 내 심금을 깊이 울린다. 근데 안타깝게도 이 얘기에서 동감하는건 딱 마지막 한줄 뿐이다. 그 위의 이야기들은 용감한 공돌이가 공개석상에서 치는 딸딸이에 불과하다. 1. 게임에는 예측가능한 요소들이 당연히 필요하다. 예컨데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경험치가 얼마인지 모르고 마냥 사냥만 반복하는건 참 지루한 일일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제대로 실행하여, 실제로 예측했던 일이 일어났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쾌감은 게임의 재미의 일부이다. 이때 공식에 의해 짜여진 컨텐츠는 유저가 예측하기 용이한 틀을 제공하고,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는 게임이 주는 즐거움의 큰 요소이므로 당연히 필요하며, 필수적인 부분이다. 2. 근데 그렇다고해서 모든 요소들을 공식만으로 짜는건 재미없는 이야기다. 말 나온 김에 옛날 이야기 한번 해보자면, EQ1과 DAoC의 시대, 모든 CC 스킬 ( Crowd Control skills ) 들은 네 가지로 나뉘었다. 메즈, 루트, 스네어, 스턴. 이게 뭔소린가는 걍 알아들을 사람만 알아들으면 되고 ... 중요한건 이 네 분류에서 벗어나는 놈들이 별로 없었다는거다. 서로 다른 클래스가 구사하는 스킬이라고해도 그게 메즈라면 효과는 대부분 대동소이. 단지 스킬 이름만 좀 다른 정도였다. 와우가 나왔다. 와우의 메즈에는 공포, 양변, 실명, 후려, 속박, 재우기, 추방 등등이 있다. 이들 중 비슷해보이는게 있나? 모두 독특한 자기만의 ' 유니크함 ' 을 지니고 있다. 공포는 몹에게 걸었을 때 애드할 우려가 있다는 점과, 다른 플레이어에게 시전시 너무 멀리 도망갈 수 있다는 점, 데미지를 받아도 메즈가 깨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점이 유니크하다. 양변은 꽤나 보편적인 형태의 메즈. 실명도 비슷하지만 쿨타임이 길고 근거리에서만 가능하다. 후려는 근거리&상대 정면에서만 가능하며 지속시간이 아주 짧다. 속박은 언데드에게만 가능하고 재우기는 야수에게만 가능하다. 추방은 지속시간이 다하기 전까지 풀리지 않지만 반대로 데미지를 줄 수도 없다. 물론 각 메즈의 점감효과 등은 공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앞서 말한대로 예측과 계획, 계획의 성공이 들어맞아야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메즈들은 모두 서로 다른 부분을 꽤 가지고 있다는 점이, 와우의 그 무수한 스킬들이 서로 달라서 재미를 주는 부분이다. 3. 어느날 어떤 프로그래머는 게임에 들어갈 무수한 퀘스트들이 사람 손을 모두 거쳐야만 한다는 점이 짜증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퀘스트 자동생성 시스템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다양하고 치밀한 여러가지 시도를 거쳐서 결국 퀘스트 생성엔진을 실제로 만들었다 !! 근데 안타까운건, 이렇게 만든 퀘스트의 스토리는 재미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퀘스트 생성엔진은 와우의 역병지대 티리온 폴드링 - 탤런 폴드링 퀘스트 스토리나 오닉시아 - 네파리안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을 만들 수 있을까? 아쉽지만 그럴 수 없었다. ( 이 엔진이 진화론적 시간동안 진화론적 매커니즘으로 발전을 한다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 내가 막 지어낸 얘기같은 냄새가 솔솔 풍기나? 놀랍게도 불과 6개월쯤 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교훈. ' 만들 수 있냐는 것과 만들어진 것이 재미있냐는 것은 서로 다르다. ' 윗글에서 언급된 플머가 하는 말은 ' 그거 만드는거 공식으로 하면 더 쉽고 편해요 ' 이다. 단지 ' 만드는 것 ' 즉 ' 기능 구현 ' 만을 보자면 물론 그렇다. 근데 아쉽게도 우리가 만들려는건 공장에서 찍혀나오는, 버그가 없고 필요한 기능만 충족되면 그만인 일종의 기계장치가 아니다. 우리가 만들려는건 사람들의 ' 감성 ' 에 호소할 수 있는 ' 재미 ' 를 담아야만 한다. 우린 냉장만 잘되면 장땡인 냉장고를 만드는게 아니라는거다. 심지어 냉장고마저도 디자인의 감수성에 포커스를 맞춰 광고하는 시대인데. 4. 모든 기획자가 그렇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기획자가 테이블을 짜는건 너무나도 당연하게, 공식을 기반으로 하는 거다. 간단한 예를 들면 레벨업을 위한 필요 경험치를 각 레벨별로 만든다고 할때, 당연하게도 초안은 공식을 기초로 가는거다. 그 공식에 의해서 50레벨까지의 경험치표를 만들고, 이제 여기에 유니크한 요소를 넣기 시작한다. 각 레벨별 필요 경험치에 플레이 타임을 대입해서 넣어보고, ' 음, 3시간정도 이 지역에서 사냥만 하면 지겨울 것 같은데. 그렇다면 다음 지역으로 빨리 이동하도록 이 레벨의 필요 경험치는 조금 줄여주자 ' 반대로 ' 이 레벨 부근까지 온 사람이면 이미 게임에 푹 빠진 사람일테니 여기부터는 레벨업 시간을 좀 늘려도 되겠어. 너무 많이 늘리면 안될테니 39레벨에서 40레벨로 올라가는 필요경험치만 무지막지하게 올려놓은 다음, 그 이후의 레벨업은 종전과 동일한 경험치만으로 가능하게 하자. 40레벨이 된 유저들이 스스로의 노력을 일종의 훈장으로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도록. ' 테이블 작업을 선호한다는건 아무런 규칙이나 일관성없이 간다는 소리와는 전혀 다르다. 일탈의 여지를 만들 공간을 확보하는 것에 가깝다. 그러나 일상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일탈도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일상은 바로 공식과 규칙들로 이루어진다. 당연히 규칙과 룰을 베이스로 테이블은 짜여지고, 짜여져야만 한다. 5. 한편, 온라인 게임은 출시하면 끝인 게임이 아니다.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시의적절한 이벤트 등도 포함이 된다. 방학과 학기중의 유저반응이나 밀도는 전혀 다르고, 방학이 시작되는 즈음에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력한 이벤트를 준비하는건 일종의 상례다. 요즘처럼 독도문제가 이슈가 될 때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업데이트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촛불을 들고 미친소를 잡으러 다니는 이벤트가 넣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근데 게임에 테이블은 없고 공식만으로 가득하다면? 뭔가 좀 난해한 작업이 될 소지가 크다. 사실 이 얘기는 원글의 덧글에서도 누군가 지적하고 있으니 생략. 6. 원글의 말미에 의미심장한 문구가 있다. ' 유지보수가 필요없게 만드는게 최고의 유지보수다. ' 저것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완전히 같은 생각을 했던 시절이 있다. 그게 그러니까 바야흐로 ... 내가 울티마 온라인을 하던 시절이다. 국내에는 서비스가 안되어서 북미서버에서 타임쿠폰 끊어가며 하던 시절. 이 생각을 해낸 사람도 시간이 오래 흐른 후에 나처럼 뭔가를 깨닫고 알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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