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03일
이런 미드 괴롭다.
내 기억이 맞다면, 엑스파일이 아마 최초일 것이다. 엑스파일이 한국의 미드 시장에 불러온 변화라면 역시 본토방영 수시간만에 자막과 함께 영상 파일이 인터넷에 뜨기 시작한 최초의 미드라는 점 아닐까? 그 이전에도 사실 미드는 무지 많았다. 브이(이건 영드라고 해야하나?;;), 맥가이버, 에어울프, 전격 제트 작전, 에이 특공대 등등등 ... 근데 유독 엑파가 나왔던 시점과 인터넷의 발달이 맞물리면서 미드 시청이 좀더 다른 양상을 띄게 되었다는거지. 여기에서 이어진 패턴은 최근의 히어로즈나 로스트, CSI 등등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제 안정적인 구조가 되었다고 볼만하다.
근데 엑파가 시작한 패턴은 사실 이것만이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하고 광범하며, 나로서는 짜증스러운 무언가를 엑파가 시작했으니 그건 내가 개인적으로 ' 변비낚시 진행 ' 이라 부르는 미드의 진행 방식을 고안해내어 확대시킨거다. 이게 뭐냐면 ... ' 수수께끼 질질끌기 ' 스타일이다. 최근 4시즌이 시작했다던가 끝났다던 로스트가 여기에 속하는 대표적인 또하나의 미드다.
이 방식은 우선 변비식 진행으로 시작한다. 드라마의 한 회 한 회 이어지는 스토리들은 마치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다말고 급한 일이 생겨 똥을 끊고 나와야 할 때처럼 뭔가 ' 더 해야만 하는 일 ' 이 남아있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결말로 끝난다. 그렇다고 1주일을 더 기다려 전주에 싸지 못한 똥을 마저 싸려하면 그게 시원하게 나오느냐면 또 절대 그렇지가 않다. 그저 질질질지맂리지맂맂리질질지리릴지맂리지ㅣ 끌면서 시청자들을 수 시즌에 걸쳐 계속해서 ' 낚아대는 ' 거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을 낚아올리려고 바둥바둥하며, 시청자들은 지들이 낚인다는거 알면서도 희희낙락하며 낚여준다. 이게 애청자들에게는 유쾌한 낚임일지 모르지만 내겐 어디까지나 변비스러운 불유쾌함과 찜찜함만을 남길 뿐이다. 똥 싸다가 끌려나온 것만도 불쾌한데 뒷처리도 제대로 못했다. 게다가 다음주에 남은 똥을 마저 싸려해도 못 다 쌀 똥이라는건 뻔하다.
놀라운건 이걸 즐기는 사람의 폭이 넓고 크다는거다. 엑파의 인기가 얼마나 거대했었는지를 우린 모두 기억한다. 게다가 엑파의 이런 유전자는 결코 일회적인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 이후에 나온 로스트니 히어로즈 등에도 여전히 유쾌하게 낚여준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주연배우의 사고 또는 기타등등의 이유로 인해 ' 모든 것이 다 밝혀지지 않은 채로 ' 드라마 자체가 종결되면 그걸 보던 내가 얼마나 끔찍한 심리상태에 처하게 될 지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미드는 CSI, 프렌즈, 심슨 등 에피소드 하나하나만 봐도 재미있고 즐겁고 유쾌하며 끝마무리가 대단히 깔끔한, 아주 가끔 2~3회에 걸쳐 이어질 때도 있지만 그 이상 똥을 끊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미드만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얘들이 깊이가 없느냐면 절대로 그건 아니다. 한 회 한 회 진행되어나가며 쌓이는 캐릭터들의 디테일은 나중에 가면 ' 알고보면 훨씬 재밌는 ' 멋진 구성물이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 회 한 회를 떼어놓고 봐서 재미있다는게 더 강력하다는거지.
온고이지신이라 했으니 과거를 돌이켜 현재에 본받아보자. 위에 내가 언급한 고전미드 즉 맥가이버나 에어울프, 전격 제트 작전, 에이 특공대, 제 오 전선 등등을 살펴보면, 단 하나도 저런 괴이하며 괴팍한 변비낚시식 진행을 일삼는 패악무도한 드라마는 없었다는 점을 상기하게 된다. 브이는 약간 예외적이긴 하지만 적어도 시즌 하나가 끝나면 스토리도 하나는 끝나는 깔끔함을 자랑했었다. 지금처럼 수시즌에 걸쳐서 사람 낚다가 뭔가 흐지부지한 결말로 끝나는 괴로움을 안겨주지는 않는 책임감이 있었다는 거지 !! 그런 의미에서 심슨 만세 !! 프렌즈 만세 !! CSI 여 영원하라 !!
# by | 2008/03/03 16:40 | 잡담질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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